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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깊은 숨 - 김혜나 / 모호한 감정들과 관계들, 그 사이의 여성
    문화생활/책 2023. 12. 3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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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집인 걸 모르고 골랐는데 (또) 단편집이었다. 

    단편은 허망하게 끊어지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데, 

    요즘은 워낙 단편집이 대세여서인지 오히려 장편 소설 찾기가 더 힘들다.


    1. 오지 않은 미래

    헝가리에 가보고 싶다. 

    작가가 헝가리에 직접 가보고 쓴 글이구나, 하는 게 여실히 느껴졌는데 작가의 말을 보니 역시나였다. 

    이외에도 해외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여러 나라를 떠돌며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님이 부러웠다.

    동화작가로 등장하는 여경도 부러웠다. 

    여경의 어떤 점이 민서와 진수를 매료시킨 걸까?

    내가 헝가리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장발의 진수가 날 데리러와줬으면 좋겠다. 

    진수가 매력적이어서라기보단.. 가고 싶은 곳 다 같이 가주고 맛집도 알려주고, 너무 좋잖아.

     

    2. 가만히 바라보면

    파타야, 트랜스젠더인 잠과 린의 이야기.

    그다지지 인상깊지 않았다. 

     

    3. 아버지가 없는 나라

    아진의 이야기보다 한아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나도 위빠사 수련을 해보고 싶어졌다. 

    정말 초연해지게 될 수 있을까?

     

    4. 모니카

    '아버지가 없는 나라'를 읽으면서 내내 모니카 시점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다음 편 제목이 '모니카'여서 설렜다. 

    그러나 '모니카'가 아니라 한아의 어머니 '지은'의 시점에서 쓴 이야기였다.  

    모니카는 여기서도 또 신비로운 인물로.. 그러나 더욱 매력적인 인물로.. 그래서 더욱 궁금해지는 인물로 등장할 뿐이었다. 

    한아와 모니카의 이야기가 장편 소설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5. 비터스윗

    이 작가는 확실히 수련을 좋아하는구나.

    준도 싫고 제이슨도 싫다. 

    자기중심적인 남자들끼리 잘 지내는 게 신기하면서도 다행스럽기도 하다. 

     

    6. 레드벨벳

    해럴드의 영어 회화(를 가장한 문학) 수업, 나도 듣고 싶다. 너무너무. 수강료가 얼마일까.

    근데 해럴드는 지금 보니까 학원 수업이나 할 때가 아니다.

    자기 애나 잘 가르쳐야..

    그리고 선을 참 이상하게 긋는다. 

    '아내한테 미안하다'면서 확실히 선을 긋는 듯하다가도, 공책 두 권을 빼곡히 메운 자필 교재를 만들어서 부쳐주는 건 또 무엇인가. 이 엄청난 비효율. 학원 강사로서 최대의 플러팅 아닌가? 

     

    7. 코너스툴

    예지는 편지를 받고 좀 어이가 없었을 것 같다. 

    소설 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이렇게 (묻지도 않은 자기 얘기를 줄줄 늘어놓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며 반강요식으로 '자, 이제 이걸 소설로 써' 하고 시키다니..

    작가 입장에서는 글감이 들어와서 오히려 기뻤으려나? 

     

    이오진 작가가 레즈비언이었다는 게 나름 반전이었다. 

    그게 반전이었다는 것도 나의 편견에서 기인한 거겠지. (그리고 그것도 작가가 의도한 바겠지.)

     

    호산 씨와의 교류 (내지는 교감)이 이어지지 못한 게 정말 아쉽지만, 

    난 한 번도 그 정도 레벨의 교감이 가능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다. 

     


     

    각 이야기들의 결이 비슷하다. 약간 신기할 정도로.

    그래서 이 작품들을 한 책으로 엮은 걸까? 아니면 같은 작가의 작품은 으레 그런 걸까? 아마 둘 다겠지.

     

    - 다양한 공간을 떠도는 여성들 

    - 글을 쓰고, 책을 사랑하고, 수련하고, 내향적이고,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하는 여성들

    - 모호한 감정들과 관계들. 사랑인지 우정인지, 그리움인지 야속함인지 등등..

    - 가타부타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결말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여운을 남기는 건 단편소설들이 대체로 지향하는 바인 것 같긴 하다)

     

    - 인물들이 왜 이렇게 읽씹을 잘하는지. 작가님이 읽씹을 꽤나 하시거나 꽤나 당해보셨던 듯하다.

    - 중년의 이야기가 많다.

    - 남성들은 좀.. 의뭉스럽거나 모자라보인다.


     

    대중교통에서 왔다갔다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읽기 좋았다. 

     

    오랜만에 읽은 책이라 반가웠고, 좋았다. 

    제목처럼, 오랜만에 문학의 숨이 닿은 느낌.

     

    읽을 수 있을 때 많이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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