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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브리나(SABRINA) - 닉 드르나소 | 조용히 옥죄어오는문화생활/책 2022. 11. 28. 23:40반응형
1. 책을 읽기로 결심하기까지
1) 맨부커상 후보작
그래픽노블로서는 처음이라잖아!
2) 추천평
당신이 타인의 고통에 예민하거나 지금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라면 『사브리나』를 읽지 마시라. 이 그래픽노블은 사람을 천천히 미치게 만드는 전염병 또는 고주파가 포함된 백색소음, 독가스나 방사능 비슷한 것이다. … 그래도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정신적 고통을 이겨나가는지 보고 싶다면, 읽긴 읽되 함부로 권하지는 마시라. 사랑하는 이들이 『사브리나』를 읽지 못하게 경고하시라. 내가 지금 그대에게 하고 있는 것처럼.
- 박찬욱 (영화감독)
이것은 확신에 찬 허위가 당황하는 진실을 압도하는 서늘한 세계다. … 닉 드르나소는 인물들의 텅 빈 표정과 의례 절차를 수행하는 듯한 일상의 미니멀한 묘사를 통해 그들의 깊은 슬픔을 인상적으로 담아낸다. 그러다 “나는 핵심을 알고 있다.”는 오만과 “너는 주변을 연기하고 있다.”는 망상이 뒤범벅된 거짓 해석의 폭력을 소름 끼치는 실감으로 그려낸다. 여기에는 사건의 끔찍한 디테일을 찾아 책장 사이를 기웃거릴 독자들에 대한 고발까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후략)
- 이동진 (영화평론가)한 마디로 앞뒤 표지의 마케팅에 껌뻑 넘어갔다.
특히 음산하게 번지르르한 추천평에. (박찬욱은 '읽지 못하게 하라'고 함으로써 더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야비하지만 효과적인 수를 썼다.)
2. 책을 읽으며
1) 글씨가 너무 작아요
작아도 너무 작다ㅜ.. 노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엄두도 못 낼 듯.
2) 인상 깊었던 연출
이건 페이지를 넘기며 봐야 확 와닿는데.
채도가 높지는 않더라도 나름 다채로운 색이 활용되다가 페이지를 넘기니 갑자기 색반전이 되며
불안감과 약간의 공포마저 자아내는 연출.
일순 미쳐버린 걸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온건하게(?) 꿈이었던 걸로.
3. 책을 읽고 나서
1) 1-1), 1-2)에서 비롯된 기대가 충족되었는가?
아니.
박찬욱이 너무 으름장을 놓아서 그런지, 경고한 바와 같이 '타인의 고통에 예민하거나 지금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가 아니어서 그런지, 그렇게 유독한 느낌은 못 받았다.
어두운 이야기인 만큼 다소 가라앉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에게 추천 못할 것까지야.
감정의 동요를 두려워하면서도 은근히 기대하는 모순.
그리고 그 기대가 좌절되자 아쉬워하는 독자.
m인가맨부커상..도 잘 모르겠다.
작품성이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래픽노블 최초' 타이틀을 쥘 정도인가?..
2) 좋았던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야
- 사브리나에게 일어난 끔찍한 일의 디테일을 갈구하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지 않은 것
- 절제된 표현으로 요동치는 감정을 표현한 점
- 쓸데없이 창의적이고 열성적인, 동시에 구태의연한 2차 가해를 잘 표현한 점
+ 빨리 읽을 수 있었던 것
다른 그래픽 노블들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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