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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쉘부르의 우산 - 자끄 드미 | 단조로운 듯 감성적인 프랑스 뮤지컬 영화
    문화생활/영화 2024. 8. 1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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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라인은 굉장히 단순하다. 

    모든 대사가 멜로디가 있어 대사량도 적은 편이다.

     

    그런데 묘하게 가슴을 울리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로가 없으면 못 살 것 같고 죽을 때까지 서로만을 사랑한다던 커플이 헤어지고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비교적 담담히 그려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돈 많고 젠틀한 무슈 카사르의 시기적절(?)한 등장이나, 주느비에브의 임신과 같은 극적인 요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타이밍이 어긋나고 나도 모르게 마음이 멀어져서 남이 되는 상황 자체는 참 현실적이었다.

     


    처음에는 왠지 주느비에브의 엄마에게 이입이 됐다. 

     

    16살인데 지금 몇 번 안 만난 남자애가 너무 좋아서 결혼하겠다고?ㅎㅎ

     

    오히려 주느비에브의 엄마가 딸을 참 사랑하고 딸을 지지해준다고 생각했는데(임신한 거 알고 낙태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딸의 건강부터 염려하고 아기옷을 만들며 기뻐하는 모습, 기 편지도 숨기지 않고 잘 전해주는 모습, 카사르와 결혼을 권유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주느비에브가 선택하도록 하는 모습 등), 주느비에브의 엄마를 극혐하는 후기도 있어서 신기했다

     

    나 같아도 내 딸 임신시키고 군대로 튄 얼굴도 모르는 놈팡이보단 

    처음부터 젠틀하게 도와주고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고 돈도 많은 카사르랑 결혼시키고 싶겠다..

     

    내가 자식들을 찜쪄먹으려는 부모님들이 등장하는 K-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저 정도는 뭐.. 그냥 애정 어린 잔소리처럼 느껴진다.

     

     


    무슈 카사르 정말 멋진 남자

     

    나도 주느비에브 임신한 걸 보면 빤스런 할 줄 알았다.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이었던 부분.

    주느비에브랑 대화도 거의 안 해봤으면서 아묻따 청혼하고, 남의 남자 아이를 임신한 여자라도 무조건 행복하게 해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게 되다니. 

    근데 또 (지독한 얼빠라는 전제 하에) 까트린 드뇌브 미모면 납득이 가긴 한다,,


    기는 불쌍한데 한심함ㅠ

    마들렌이 아까움

     

    주느비에브도 별로.. 

    마음이 변한 건 뭐 그럴 수 있다 하는데 적어도 기한테 편지로 솔직하게 말해줬어야지

    답장을 아예 안 한 것도 아니고, 계속 편지 주고받았으면서 대답 회피하고 하는 게 정말 우우

     

    그리고 둘 다 자식 이름 첫사랑이랑 같이 정한 걸로 짓는 게 좀 현재 배우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어긋난 운명을 더욱 부각시키는 영화적 장치겠다마는

     


     

    기와 주느비에브의 마지막 만남이 정말 내가 헤어졌던 연인을 다시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

    둘이 뜨겁게 사랑할 때 함께 그렸던 미래, 그 공간에 함께 있지만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서로 다른 사람과 가정을 이룬 현재

     

    사실 비극도 아니고, 두 인물 모두 최상으로 풀렸다. 

    각자의 모습으로 보면 해피 엔딩이나, 관객의 마음은 어쩐지 센치해지는 영화.

     


     

    보통 이것의 조금 더 정련된 버전으로 라라랜드를 꼽던데, 

    난 막상 라라랜드는 오프닝 씬 빼고는 크게 임팩트가 없었다. 노래와 색감, 배우들의 연기도 물론 좋긴 했지만..

    가장 주요한, 영화 속 커플의 서사로부터 오는 울림이 별로 없었다.

     

    쉘부르의 우산은 기대치가 0에 수렴했던 반면 라라랜드는 기대치가 높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라라랜드는 영화배우와 재즈뮤지션, 할리우드라는 조금 더 동떨어져보이는 설정 때문에?

    어쩌면 내가 당시 감정이 너무 메말랐어서 그랬을 수도..ㅎㅎ

     

    어쨌든 쉘부르의 우산을 보고 나니 <라라랜드>를 다시 보면 더욱 와닿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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