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 션 베이커 |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문화생활/영화 2024. 7. 9. 00:14반응형
스포O
영화를 보기 전에는 색감, 제목, 아이들 등의 요소 때문에 밝은 무드의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영화를 보는 내내 불안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영화였다.
지금 보니 포스터 사기가 너무 심하다.
'우리를 행복하게 할 사장 사랑스러운 걸작'? '디즈니월드보다 신나는 무지개 어드벤처'??
영화 안 보고 스틸컷만 보고 홍보 문구를 쓴 건가.
물론 사랑스러운 장면들도 있지만, 이 영화를 보고 다른 어떤 감정보다 행복감을 가장 먼저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디즈니월드보다 신나는 무지개 어드벤처'는 또 무엇인가. 남의 차에 침 뱉기 대결? 아이스크림 구걸 놀이? 빈 집 방화 놀이? 물론 아이들 입장에서는 디즈니월드보다 신나는 어드벤처였을 수도 있고, 무지개도 중간에 등장하기는 했지만, 보통 관객들이 저 문구를 보고 떠올리는 것과는 매우 거리가 멀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특히 핼리와 무니.
핼리는 정말 어디선가 저렇게 살고 있을 것만 같았고, 무니는 온갖 말썽을 다 저지를 때는 절로 이마를 짚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럽다. 무니가 마지막에 잰시의 손을 붙잡고 울음을 터뜨릴 때는 정말, 무니의 슬프고, 막막하고, 어쩔 줄 모르겠는 그 마음이 전해져오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서 예의도 없고, 버릇도 없고, 사고도 많이 친다. 정말 골 때린다.
하지만 그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 걸 알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너희들, 학교는 안 가니? 아직 학령기가 아닌가..?
부모에게 가정교육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 정말 손 붙들고 학교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미국도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일 텐데.
그리고 무니 아빠는 어딨냐. 살아있으면 돈이라도 좀 부쳐라.
핼리 혼자 뭔 고생이냐.
자기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든 상황에서 무니까지 자신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책임지고, 그러기 위해서 더 안 좋은 상황에 내몰리고..
바비 너무 유능하다
바비 월급이 대체 얼마일까, 돈 좀 많이 받아야 할 텐데.
저런 숙박업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끝없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저소득층의 저가 보금자리가 점점 사라지면 더욱 더 그들은 갈 곳이 없어질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비는 관객이 가장 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바비는 매직캐슬 모텔의 숙박객(이라고 쓰고 거의 거주민이라고 읽는다)들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적당한 따뜻함으로 그들을 대한다.
그러나 그런 바비도, 핼리와 무니가 가장 슬플 때는 어떤 것도 해줄 수 없다.
관객들도 마찬가지이다.
핼리도, 무니도, 그 둘을 떼어놓으려는 아동국 직원들도, 바비도, 아무도 나쁜 사람은 없지만 나쁜 상황은 닥쳐오고, 아무도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막는 게 옳은지도 알 수 없다. 정답은 없는 것 같고, 최선, 하다못해 차악이 무엇일까만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그조차도 쉽지 않다.
그래서 영화도 선뜻 결론을 내리지 않고 무니와 잰시를 디즈니랜드로 데려간 게 아닐까.
어떻게 해야 하고 그런 것에 집중하기보다, 무니에게 디즈니랜드를 선물하는 느낌으로.
리얼리즘 같던 영화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한 동화같은 장치여서, 무니뿐만 아니라 관객에 대한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감독도 자신의 영화가 관객에게 꽤나 스트레스를 주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결말은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유명한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하여서 처음부터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과 대조되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건물의 동화같은 파스텔톤 색감과 플로리다의 파란 하늘, 밝은 햇살도 한 몫 했다.
영화를 지나치게 어둡게만 보이지 않게 하려는 노력인 것 같기도 했다.
(모텔이나 가게들이야 그렇다 쳐도 폐가들마저 알록달록해서, 영화적 장치일지 아니면 실제로 플로리다에는 저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집들이 좀 다채로운 편인 건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떻게 해야 그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선뜻 대답하지 못하면서도, 어떻게든 핼리와 무니, 그리고 다른 이들이 행복해지길 바라게 된다.
반응형'문화생활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쉘부르의 우산 - 자끄 드미 | 단조로운 듯 감성적인 프랑스 뮤지컬 영화 (0) 2024.08.14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2021) - 아담 맥케이 | 캐비어로 끓이는 지구종말 블랙코미디 (0) 2023.06.29 [영화] 아이 필 프리티 (I FEEL PRETTY) - 애비 콘 | 공수치에 강한 자에게 추천합니다 (2) 2023.06.26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2) - 이노우에 다케히코 |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 (0) 2023.02.19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2013) - 압델라티프 케시시 | 관련 논란 정리 (0) 2022.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