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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사양 - 다자이 오사무 | 몰락 귀족의 절망과 낭만
    문화생활/책 2024. 7. 13.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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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네이버 도서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사양>.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나름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두 작품이 대표작인 듯하다. 

     

     

    <인간실격>은 주인공에게 꿀밤을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줄곧 일었는데, 그 명맥을 <사양>의 나오지가 이었다. 

    사실 그렇게 비교하자면 나오지가 한참 아깝긴 하다. 

    그러나 나는 (나오지도 인정하듯) 안 그래도 기울어가는 집안의 돈을 당연하다는 듯 빼서 쓰는 게 매우 아니꼬왔다. 

    가즈코와 어머니는 왜 그런 나오지를 내버려두는 건지 의아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명문으로 꼽는 나오지는 유서도, 물론 책의 하이라이트이긴 했으나, 나는 명문이라고까지는 생각되지 않았다. 

    다만, 어머니의 유품인 기모노를 함께 묻어달라고 한 부분과, 누나, 나는 귀족입니다, 하는 마지막 부분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오지는 무슨 생각을 하며 안녕, 이라는 말 뒤에 굳이 누나, 나는 귀족입니다, 하는 말을 덧붙였을까. 

    하지만 그것보다도 '나, 입고 싶었습니다' 하는 나오지의 '쑥스러운 부탁'이 더 마음을 울렸다. 

     

    물론 반전 아닌 반전, 나오지의 연모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으나,

    이 '괴로운 지식인' 일남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건 없건, 결혼을 했건 안 했건 여자를 사는 데에 아무런 죄의식이 없구나 싶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매일 맛없는 술이라도 아침부터 밤까지 마시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우에하라는 최악이었다. 그래서 나오지가 우에하라를 비판하는 부분은 통쾌하기까지 했다. 

     

    가즈코도 참, 남자 보는 눈도 없지. 

    애는 또 어느 새 만들어진 거람. 

     

    가즈코든 어머니든 우에하라의 아내든, 이 나약하고 자기연민에 절어있는 남자들을 전혀 탓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걸 넘어서 사실상 지원까지 해주는 여성들이 의아하면서 답답했다.

    시대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걸까. 

     

    한심한 남자들이(그들의 고뇌와 번민이 작품 속에 드러나긴 하지만 그들도 스스로 인정하듯 한심하긴 하다) 여자를 여럿 끼고 돈을 펑펑 써가며 노는 것, 그런 남자에게 주인공이 반한 것, 그의 아이를 잉태하는 것이 꿈이라고 하는 것, 귀족이든 아니든 여성이 남성의 부속물과 같이 표현되는 것, 작품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 등등... 책 소개에 '페미니즘'이 있는 것에는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 체호프, 마이 차일드, 마이 코메디언... 이건 개인적으로 굉장히 오글거렸다.


    '어머니'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였으나, 매우 답답했다. 

    가즈코가 뭐라도 해보려는 것과는 달리, 어머니는 '귀족스러움'을 대표하는 인물이어서인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시들어간다. 

    그러나 그 어머니 덕분에 가즈코와 나오지가 가족에 대한 애정만은 가질 수 있었던 듯해 다행이었다. 

     

    '어머니'가 죽음에 가까워질 때는 마음이 몹시 안 좋았다. 그래서 결국 돌아가셨을 때는 차라리 후련한 느낌이기까지 했다. 

    가즈코가 불태워버린 알을 찾아 돌아다니는 뱀도 안됐다. 


    다자이 오사무가 39세에 자살했다는 것을 보았을 때,

    다른 작가였다면 '요절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그의 작품들을 읽고 나니

    생각보다 오래 견뎌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지는 '형편없는 것밖에는 쓸 수가 없다'고 했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들을 여럿 남기고 갔다. 

    (나오지도 유서를 그렇게 잘 쓴 것을 보면 '형편없다'는 것은 자신만의 생각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고 심금을 울린다든가 하는 느낌은 받기가 어렵지만, 

    관찰자의 입장에서 인물들의 역동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사양>은 얇은데 밀도 있어서 좋았다. 

    읽을 때는 딱히 자각하지 못하지만 페이지를 몇 장 넘기지 않아도 휙휙, 이야기가 꽤 많이 전개되어 있다.  

     

     

    책을 연달아 읽는 사치를 부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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